혼자 유럽 여행 4일차 (부다페스트)
오늘은 아침부터 강의를 듣고 할 거 하다가 숙소에서 늦게 나왔다.
1. 대학교 탐방
나오자마자 바로 강으로 가서 산책을 하다가 강 건너편에 무척 예쁜 건물이 있어서 다리를 건너 거기까지 가보았다. 알고 보니 대학교였던! 나도 이런 예쁜 대학교에서 수업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2. 멘자 레스토랑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을 가보았다. 사실 너무 유명해서 또 내 선택지에서는 제외됐었던 곳인데 주황색 소스에 푹 적셔서 나오는 롤 같은 헝가리 전통 음식이 너무 궁금했다. 그게 이 식당에 있어서 1시간 정도 웨이팅을 한 후 맛보게 되었다 롤뿐만 아니라 체리 오리 스테이크 with 매쉬드 포테이토 디쉬도 시켰는데 결론적으로 모든 메뉴가 대만족이었다
사실 원했던 전통 메뉴는 양배추롤이었는데 이건 양배추롤은 아니었다 그래도 충분히 맛있었다 헝가리는 모든 메인 메뉴가 살짝의 디저트 느낌이 있는 데 그게 내가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오리 스테이크는 진짜 입에 넣자마자 녹았다 아이스크림 마냥.. 소스에 섞인 체리는 와인 비슷한 향을 연출해 줘서 시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결제를 하려고 트래블 월렛 카드에 돈을 넣으려 보니까 내 계좌에 돈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증권 계좌에서 돈을 옮기려 하니까 주말이라 영업을 안 하는 것이다 진짜 환장하는 줄 알았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행히 유명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유로 결제도 가능했고 비상금으로 소지하고 있었던 현금 유로로 결제를 마쳤다.
3. 빈티지샵 투어
레스토랑에서 결제 문제로 시간을 꽤 쓴 까닭에 빈티지샵 투어를 할 시간이 충분치는 않았다. 그래서 5일 차 마지막 날에 또 할 예정. 워낙 빈티지를 좋아하다 보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한 빈티지샵에서는 마음에 드는 하늘색 면바지를 발견해서 구석구석 살펴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인 디자이너 옷이었던.. 역시 난 한국인이긴 한 건가…
4. 호화로운 오페라하우스에서 Carmen 오페라 관람
진짜 이때까지 부다페스트에서 가본 건물들 중에 가장 사치스럽고 화려했다. 사람들도 전부 이 분위기에 맞춰 드레스를 입고 오페라를 보러 오셨는데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추구하는 인생과 거리가 멀어서 그런가 괴리감이 느껴졌다.
Carmen 공연도 그냥 그랬다.. 사람들은 웃고 그러던데 나에게는 지나치게 외설적이어서… 원래 책도 읽다가 좀 노골적이다 싶으면 바로 덮는 편인데 오페라는 덮을 수도 없고 중간에 나갈 수도 없으니 혼을 빼고 보느라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직접 연주하는 음악은 대단히 웅장해서 듣기에 좋았고 중간중간 아는 노래들도 많이 나와서 노래에 마음의 리듬을 맡기고 눈은 무대에 고정만 한 채로 별별 생각을 다했다. 이 천장에 박힌 금덩이들 팔아서 기부하면 대체 몇 명의 아이들,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거지..? 와 같은… 가장 오고 싶었던 공간이었는데… 한번 와본 거로 족한 것 같다
그냥 시골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소박하게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오페라 하우스였다
5. 비 오는 유럽 밤거리
오페라가 끝나고 밖으로 나와보니 시간이 늦어서 하늘은 까맣고 바닥에 깔린 빗물 덕분에 온 거리가 반짝반짝 빛났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에 정처 없이 걸었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기상 예보를 보고 무슨 하루 빼고 전부 비가 와….? 왜 또 내가 가는 날에만 비가 오고 내가 떠나면 비가 멈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엄청 운이 좋은 거였다 덕분에 나는 햇살이 눈부신 낮, 안개 낀 낮, 비 오는 낮, 시원하고 깨끗한 밤, 운치 있게 비 오는 밤의 유럽을 전부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대체 어느 누가 또 이 모든 풍경을 이리 짧은 시간 안에 경험해 볼 수 있겠는가.
6. 피스타치오 굴뚝빵으로 하루 마무리
분명… 굴뚝빵.. 그냥 빵이랑 뭐가 다른 거냐고 비난했었는데… 이번에는 피스타치오가 박힌 굴뚝빵으로..🥖또 먹으러 갔다ㅎㅎ 이게 좋은 게..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하고 또 굴뚝 형태라 결이 있는 덕분에 한입 크기로 쉽게 뜯어진다
먹으면서 행복했다..
어쨌든 이렇게 4일 차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