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유럽 여행 5일차 (부다페스트)
이 날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인스타 스토리도 올리지 않고 이런저런 사색을 하며 편안하게 돌아다녔다. 유럽에 와서 처음으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길거리를 걸었는데 진짜 선선한 날씨, 좋아하는 노래, 예쁜 풍경 모든 게 완벽했다.
1. 빈티지 마켓 구경
나는 뭔가 손 때 하나 묻지 않은 새 제품보다는 살짝 닳은 빈티지 제품이 더욱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이 묻어있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선물 받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빈티지 제품들 하나하나 조심스레 구경하는 게 정말 큰 기쁨이다.
빈티지 마켓에서 구경을 하다 딱 눈에 들어온 조그만 도자기 종, 크리스털 하트 보석함, 그리고 호리호리한 보라색 유리병이 있었다! 할아버지 사장님께 이게 막 뭐냐고 어디다 쓸 수 있냐고 가격은 얼마냐고 이것저것 여쭤보는데 영어를 못하셔서 옆에 독일에서 온 여학생이 통역을 해주셨다 ㅋㅌㅌㅋㅋㅋ 내가 세 개 다 사겠다고 말씀드리니까 보라색 병은 그냥 공짜로 주겠다고 가져가라고 ㅋㅋㅋㅋ 알고 보니 원래 향수병인데 위에 뚜껑 부분이 사라져서 그런 거였다 ㅋㅌㅋ 나는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어여쁜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고, 세 개 다 합쳐 한화로 만원도 안 되는 가격이라 당장 사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현금 결제만 가능해서 ‘곧 다시 올게요!!!!!!!’ 하고 atm 기계를 찾았는데 현금 인출이 또 안 돼서 애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ㅠㅠ 그때 아까 통역을 도와주신 독일 여학생 분이랑 또 마주쳤는데 그분이 ‘내가 도와줄까??’ 하며 친절히 신경 써주셨다 ‘유로 있으면 내가 포린트(헝가리 화폐) 인출한 다음 너랑 바꿔줄게!!!!’ 하셨지만 다행히 그때 현금 인출에 성공했고 무사히 구매까지 할 수 있었다! 그 여학생 분은 독일에서 헝가리로 석사 유학 오신 분이었는데 원래 한국에 오고 싶으셨지만.. 불합격.. 하셨다 했다😥 그래도 진짜 친절 다정 배려가 표정 몸 전반에 스며들어있으신 분이라 어디서든 사랑받으시며 잘 되실 것 같다
2. 특별한 분들의 버스킹 공연
빈티지 마켓 한구석에서는 장애가 있으신 분들의 버스킹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관객은 몇 없었지만 진짜 행복한 표정으로 순간을 즐기며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그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벅차올라서 살짝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다. ‘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르게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더 예쁜 표현이 생긴다면 좋을 텐데… 어쨌든 내가 여태 본 버스킹 공연 중 단연코 최고였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3. 부다성 구경
부다성은 꽤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부다성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찾아 꽤 오래 찾아 헤맸는데 그 과정에서 본 하늘이 정말 예뻤다. 부다페스트에 와서 처음으로 본 노을이었는데 여지껏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민트색과 레몬색이 섞인 청량한 하늘이었다. 하늘을 감상하며 길을 찾아 유랑한 끝에 도착한 부다성은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고운 성이었다. 유일하게 롯데월드 느낌이 나지 않는 성이었다..^^ㅋㅌㅌㅋㅎㅎ 성까지 가는 길이 가장 험난한 요새였지만 부다성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충분히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4. 조그만 감성 문구 가게
부다성 옆에 조그만 문구 가게가 있어서 들렀는데 그 공간에 있는 모든 게, 할머니 사장님까지 포함해서, 전부 사랑스러웠다. 그곳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소담스러운 편지지와 섬세하고 로맨틱한 사슴 배지를 구매했다. 마지막에 사장님과 인사할 때는 ‘have a lovely day☺️’라 먼저 인사해 주셨다 ㅎㅎ 한국에서는 어느 식당, 카페, 편의점을 가든 거의 항상 내가 먼저 ‘좋은 하루 되세요!!!’라 인사를 건네는 편인데,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내 하루의 안녕을 챙겨준다 이게 난 너무너무 힐링이고 좋다… 어떤 장소에 줄 서있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한 명도 빠짐없이 웃는 얼굴로 hi☺️ 해주고…🥹 작별 인사를 할 때는 누구도 빠짐없이 ’have a nice day’라며 서로의 길을 응원해 준다. 이제는 나도 그러한 밝은 인사에 익숙해져서 여기 사람들과 거의 동시에 인사를 건네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러한 밝고 적극적인 인사 문화는 다시 찾아볼 수 없을 텐데, 아니 찾기 어려울 텐데… 그게 참 아쉬울 것 같다….
5. 레트로한 헝가리 식당에서 먹은 염소 치즈 비건 음식
사실 1일 차에 가고 싶었던 헝가리 식당을 드디어 가봤다! 음식도 맛있었고 직원분도 엄청 친절했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엽서를 주셨는데 이런 작은 선물들이 나에게는 되게 큰 즐거움인 것 같다. 덕분에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와서 푹 쉬고 내일 있을 로마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