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유럽 여행 6일차 (로마)
6일 차는 부다페스트에서 로마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부다페스를 떠나기 전에 잠시 여유 시간이 있었는데 정말 가고 싶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5일 내내 문 닫은 상태였던 도서관에 마지막 희망을 안고 다시 한번 가보기로 했다.
1. 호그와트 도서관 구경
조마조마 제발 제발 하는 마음으로 살며시 문을 열었는데 정말 기적 같게도 이 날은 도서관이 오픈되었다! 더군다나 아침에 방문한 덕분에 사람도 거의 없어서 도서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책 냄새를 한껏 맡고 잔뜩 힐링할 수 있었다 해리포터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고풍스럽고 장대한 도서관이었는데 정말 너무나도 예뻐서 책 읽을 맛이 나는 곳이었다. 영문 책을 하나 뽑아 들어 읽다가 로마행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할 시간이 점차 다가와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도서관을 나왔다..🥹 난 뭔가 책만 보면 환장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유럽 도서관 한편에 집 짓고 살고 싶을 정도.. 아니면 도서관 앞 길바닥에서라ㄷ..
2. 로마행 비행기 필수 온라인 체크인?
2시간 30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려 했는데 3시간 전까지 온라인 체크인이 필수였다며 10만 원을 냈다
…??
내가 모든 공항이 이렇냐고 여쭤보니까 여기만 이렇다고 본인도 공항 시스템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 지어주신 승무원님 ㅠㅠ
다음부터는 잘 확인해야겠다..
3. 로마 공항에서 만난 친절 발랄한 할아버지
로마 공항 도착 후 위탁 수하물을 받기 위해 짐 떨어지는 곳 앞에 서있었는데 우리 비행기의 짐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자 옆에 서계시던 할아버지가 짐 떨어질 때마다 ‘이거 너 거야?!☺️’ ‘그럼 이게 너 거야?!??🤗’ ‘그럼 이거는?!???🥴’ 하시면서 하나씩 드는 포즈를 취해주셨다 ㅋㅌㅌㅋ (당연히 짐을 건드리지는 않고) 영원히 반복될 뻔하다가 다행히도 세 번째 만에 내 짐이 나와서 할아버지께서 가뿐히 들어주신 짐을 받고 편하게 행복한 마음으로 공항버스를 타러 갈 수 있었다!
4. 버스에서 친해진 미국 시카고 오빠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미국 오빠가 친근하게 다가와주셔서 친해지게 됐다! 신학 석사 학위를 밟고 계신 분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철학적인 감성? 이 나와 굉장히 잘 맞아서 대화 자체가 즐거웠다! 영화, 음악, 여행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버스를 타고 로마 시내로 이동했는데 이런 감성적인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서 굉장히 행복했달까 이 오빠와는 7일 차에 또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잊지 못할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5. 혼자 로마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신혼여행은 로마로…
로마 시내에 도착하고 그 오빠랑 헤어진 다음 혼자 로마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는데 드디어 부다페스트의 비에서 벗어나 로마의 햇살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고, 로마는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모든 공간이 감성적이고 아름다워서 아무리 걸어 다녀도 질리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은데 날씨도 또 완벽이라 칭해도 될 정도라 팔랑팔랑 돌아다녔다 (그러다 대차게 넘어져서 손 다 까진)
부다페스트에 있을 때는 아 신혼여행은 부다페스트로 와야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로마로 오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부다페스트 가라 하고 우리 부부만 로마로..ㅎㅎ
따사로운 햇살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사막 왕국 같은? 영화 듄에 나올 법한? 장엄하고 웅장한 도시이다. 나는 뭔가 번쩍번쩍 휘황찬란한 부다페스트의 밤도 좋지만, 이런 소박하고 고독해 보이는 곳이 더욱 내 취향에 맞는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내가 빈티지 좋아하는 거랑 일맥상통한 것 같기도 하고..
6. 유럽은 헌팅 거절 후도 다정하고 친절하다🥺
한국에서는 헌팅을 거절하면 갑자기 차갑게 돌아서거나 인사도 안 하고 홱 가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유럽은 헌팅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친절하고 예의 바른 것 같다.
저녁을 먹기 위해 미리 찾아본 한 식당에서 웨이팅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오셔서 같이 술 먹으러 가는 거 어때?? 하셔서 조심스럽게 거절을 했다. 근데!! ‘아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고마워. 좋은 하루 돼!! 넌 정말 멋져!!’ 하고 웃으며 바이바이 해주셨다 여기 사람들은 전부 이렇다. 뭔가를 제안할 때 네가 원한다면 같이 하자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돼 가 기본 베이스로 깔려 있다🥹너무 감사했다
7. 이탈리아에서의 첫 식사: 피자 + 티라미수
티라미수 하나 먹으러 이탈리아까지 온다 해도 인정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국에서 먹은 티라미수들은 옳은 아이들이 아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냥 ‘미쳤다…’라는 말만 연달아 나오는 깊은 풍미였다. 고급진 커피 향은 머리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짙고, 질감은 굉장히 꾸덕하고 크리미 해서 온 입안에 스며들었다. 후에 다른 티라미수 가게에서도 티라미수를 사서 먹어봤지만… 티라미수는 무조건 식당에서!!! 수제로 만들어진 디저트 메뉴를 시켜 먹어야 한다🥺
피자도 티라미수만큼의 황홀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 이게 이탈리안 피자구나 ‘ 싶었다.
8. 밤 산책하다 만난 미소가 예쁜 이탈리아 아저씨
로마는 무조건 무조건 햇살 쨍쨍한 낮에 봐야 한다. 색감이 햇살이랑 있을 때 더욱 돋보이고 잘 어울려서!! 하지만 밤 로마도 궁금해서 밤 11시 반까지 계속 로마 전체를 걸어 다녔다.
혼자 팔랑팔랑 걸어 다니다가 어떤 아저씨가 먼저 말을 건네주셔서 스몰 토크가 시작되었다. 로마 외곽에 살고 계신 이탈리아 아저씨였다. 근래에 힘든 일이 있으셨어서 맘을 비우러 산책 중이다 하셨는데, 그러면서 내가 정말 great 한 웃음을 지니고 있다고,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폭풍 칭찬해 주셨다.. 근데 아저씨…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서 칭찬해 주시는 본인이 더 좋은 영향 주고 계세요🥹👍 같이 로마 거리를 산책하며 이곳저곳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사실 이탈리아 발음이랑 살짝 섞여서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유익하게 로마의 첫날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