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 상담소 / 과하게 엄격한
1. 인생에서 한 번도 내 감정을 따르며 행동해 본 적이 없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짜 단 한 번도..
지금까지의 내 모든 선택과 결정은 항상 감정을 억누른 이성이 지배했다.
이걸 깨닫고 지난 사람들에게 '로봇이세요?' 했던 스스로가 우스워보였다. ㅋㅋㅌㅌㅋㅌㅌㅋㅋㅋㅋㅋㅋㅌ
사실 진짜 로봇은 나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나 스스로를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핵심 이유가 이거였다.
난 절대 감정에 흔들리지 않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hsp인 만큼.. 사람들의 모든 감정을 다 흡수하고 오히려 증폭해서 느낀다... 공감능력은 맥스일 만큼 좋다.
하지만 공감은 공감이고 선택은 선택이다.
마음은 너무나도 아프지만, 선택은 이성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가장 옳다 여겨지는 선택지를 고른다.
이게 인생을 크게 봤을 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러한 나의 성향이 내가 가진 독립심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 같다.
2.
사람들이 자꾸 나랑 얘기하다 운다... ㅋㅎㅋㅎㅋㅎㅋㅎ 이게 내가 막 뭐라해서 울린다는 게 아니라 그들의 힘든 내면을 내 앞에서 편히 꺼내보이며 운다
예전부터 '너랑 얘기하면 나도 모르게 있는 얘기 없는 얘기 술술 다 하게 된다.' '너랑 있으면 뭔가 되게 편안해서 모든 얘기 다 하게 된다' '너랑 얘기하면 심리 상담받는 기분이 든다'와 같은 말들을 진짜 엄청.. 많이 듣긴 했었는데..
이정도면 상담소를 차려야 되나.. 심리학과를 갔어야 됐나.. 싶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어떤 특징이 그들을 울다웃게 만드는 걸까 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내용과 내가 스스로 분석한 것들을 종합해서 정리해보자면
1) 잘 들어주는 거 (눈 마주치고, 끄덕끄덕, 평온한 표정)
2) 생각, 감정을 묻는 질문
3) 공감을 해주기 위해 짧게 짧게 인용하는 나의 비슷한 경험 (내 이야기로 주제를 전환시키는 게 아님. 상대의 경험을 잘 이해하고 있고 공감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내 이야기 인용. 상대가 참고할 수 있을 만한 그들과 달랐던 나의 생각, 행동, 가치관 등)
4) 이야기의 결론은 무조건 긍정적이고 당차게! (여기서는 우울한 상대방에 대한 공감보다는 내 성격이 가득 묻어나는 나의 말로!!)
3. 스스로에게 과하게 엄격하다.
내 스스로를 존중하고 존경하기 위해서는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나은 부분이 적어도 하나라도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이런 마인드로 약 1년 넘게 매일매일은 살아와보니 현재의 내가 나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 기준치가 지나치게 높아져 버렸다.
'노력'을 존경의 기준으로 삼았으니 그랬던 거 아닐까?
노력..
노력이 존경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면 다른 특징도 존경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럼 노력 말고도 내가 존경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어느 순간에서든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는 거
그럼 지금의 나에게도 충분히 만족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난 한 순간도 내 자신에게 부끄러운 선택을 하지 않으니까.
4.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면..
혹시라도 내가 나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자꾸 들었다. 나는 좀 죄책감의 무게를 과하게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래서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고민해보고 정리한 나의 해결책은
- 그때의 내 선택이 내 최선이었음을 믿기. 나라면 분명 엄청난 고민 끝에 그때 당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선택지를 골랐을테니까. 그 선택에 대한 결과까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거 인정하기.
- 그래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면 내가 선택한 결정으로 벌어진 일인 만큼 책임지기. 좌절하고 있어봤자 바뀌는 건 없음. 제대로 된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문제가 벌어진 현실을 원상태로 복구 시켜놓거나, 아예 상황을 전환시켜야돼. 그리고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문제를 만든 사람, 나 한 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