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작년에 썼던 일기들을 다시 보고 있는데
작년 4월 2일 일기에
''인생을 잘 살았다'의 기준이 뭘지 깊게 고민해 봤거든. 그래서 나온 결론은 '내가 죽음 앞에 섰을 때 행복하게 눈 감을 수 있느냐'야.
라고 적어놨었네.
지금의 나는 당장 죽는다해도 행복하게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아.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아 그리고 내가 정한 최선의 가치를 위해 나의 삶을 포기할 수 있을 때 정말 값진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내가 정할 최선의 가치가 무엇일지 잘 감이 안 잡혔거든?
이제는 확실히 알겠어.
내 인생에 있어 최선의 가치는 사랑이야.
그리고 나는 그 사랑이라는 가치를 위해 내 현재 삶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내 인생이 너무 값지다고 생각하기에 쉽게 포기할 수도 있는 것 같아.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으니까.
돌려주고 싶고, 보답하고 싶은 마음뿐이니까.
2023.04.22.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동시에 챙길 줄 알아야 해. 미래의 나만 챙기다 보면 현재의 나는 지쳐 쓰러질 수도 있으니 항상 염두에 두자.
2023.04.30.
하지만 내 기준 타이타닉을 넘어서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 나는 대놓고 인생의 철학을 말하는 작품보다는 은은하게 풍기는 영화나 책이 좋은데 이 영화를 꽤나 직설적이었어. 타이타닉은 철학적인 요소가 담겨져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거든.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소중한 영화야.
내 기억력이 심각하게 안 좋아서 자꾸 내가 했던 소중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까먹어....
이게 참 아쉽고 속상해.....
내가 타이타닉을 좋아했던 이유를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다니...
주기적으로 잊지 말고 다시 봐야겠어. 영화든 일기든.
모든 감정 생각들을 잃지 않고, 생생하게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
2023.05.01.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고, 죽음이 오히려 가장 자연스럽다.
"내가 죽으면 나를 이루고 있던 원자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나무가 되고, 지구가 되고, 별이 될 거야."
- 김상욱 교수
2023.05.31. 공습경보 울린 날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쳐갔는데 '앞으로 폰이 안 되겠지. ㅅㅎ이한테 전화해야겠다. 물이 부족해지겠지. 샤워 끝나고 최대한 많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근데 선린고 애들은? 우리 애들의 미래는 누가 지켜주지?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리고 또 내가 아직 많이 무력한 인간이구나를 느꼈어. 전쟁이 난다면, 이 세상에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부분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더라고. 나 정말 25살이 되기 전까지 나를 갈고닦을 거야. 언제 어디서든 무력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아침의 공습경보가 오발령이란 소식을 들었을 때 분명 짜증 나는 감정도 있었지만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한국의 미래를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될게.
지금 만약 전쟁이 난다면, 이제는 절대 마냥 무력한 인간이지만은 않을 거야. 나는 그런 상황이 찾아와도 밝음을 잃지 않을 자신이 생겼거든. 또 사람들을 밝음으로 이끌 자신도 있고.
그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또 찾아서 하고 있겠지.
하지만... 한국의 미래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건 좀 힘들 것 같아 ㅎ
한국의 미래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많은 사람들에게 빛을 보여주는 사람 정도는 꿈꿔볼 수 있을 것 같다.
25살까지 1년 남았네.
5/31일의 내 다짐을 지켜주자.
1년 동안 또 열심히 노력해 보자.
2023.06.15.
하루하루의 나를 전부 품고 쌓아갈 거야. 실수를 하더래도 그것 또한 나니까 그 실수를 계기로 더욱 발전해 나갈 거야. 남들이 멋지게 보는 사람보다는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진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
지금의 나는 나 스스로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존경하게 된 것 같다.
2023.07.08.
어쩌면 나도 불가능이 있다는 것을,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그저 믿고 싶지 않았던 거지. 그냥 나는 모든 꿈을 좇으며 살래. 불가능이 없다고 믿을래. 반대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흑빛이잖아.
지금의 나는 불가능이 존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어.
불가능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가능도 있다는 말이잖아.
불가능은 인정하고,
가능한 것에 노력을 쏟아붓는 거지.
불가능을 진심으로 인정하니까 인생이 흑빛이 아니야.
2023.07.09.
'작가님' 소리를 듣는데 참 뿌듯하고 묘하더라. 예전에 나는 항상 무언가가 되는데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구나. 그냥 일단 해보면 되는구나. 나도 될 수 있구나.
나도 두려움을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자꾸 까먹어... 지금의 내가 전혀 두려운 것들이 없게 되어서...
내게서 두려움이란 감정이 사라지게 된 계기가 궁금했는데, 이 일기를 보니까 알겠다. 단순한 어떤 특정 생각의 변화로 '두려움'이 사라지게 된 게 아니야.
엄청 많이 부딪쳐보고, 넘어져보고, 이뤄보며 알게 된 거지. 사실 도전이 별 거 아니라는 걸.
지금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면
시도해보지도 않은 도전에 두려워하는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지지.
2023.07.23.
누구를 사랑하려면 떠나야 할 때도 있지.
2023.07.30.
세상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내가 아름답게 보려 노력할 수는 있잖아. 어쩌겠어. 이 세상에 똑떨어져 버렸는데. 한번 최선을 다해 살아봐야지.
이때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싶어 하는 노력이자 발버둥이었다면,
지금은 진정으로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
물론 마냥 행복만 가득한 세상일 수는 없지.
행복만 가득하다면 오히려 그 행복이 당연해져서, 나는 그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지도, 좋아하지도 않을 거야.
불행이 있기에 행복이 더욱 빛나는 거 아닌가?
불행이 이전 글에서 내가 말한 빛의 그림자에 해당하는 부분인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불행도 소중해져.
2023.08.03.
어느 누가 나를 잘 모르겠다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최진영 작가님 책을 읽어보라고 말해줄 것 같아. 내 복잡한 내면이 조금의 단순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담겨 있으니까.
2023.08.13.
그리고 어제 ㅁㄱ가 했던 말이 내 마음을 울렸어.
"너는 생각으로 흙탑을 쌓았고, 나는 흙을 다져서 땅을 만들었다."
2023.08.19.
그래 난 이런 예민한 사람이 좋아. 남들은 싫어할지 몰라도 그들만이 가진 서투른 다정함이 항상 내 마음을 울리거든. 앞으로도 이렇게 얘기할 것 같아. 저는 예민한 사람이 좋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를 나는 조금은 알 것 같아서 끝까지 마음속에 묵혀두고 싶은 말이야. '사랑해'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의 의미인 것 같아. 나는 사람을 믿지 않으니까.
2023.08.23.
나의 찰나를 가득히 채워야지. 모든 풍경, 시간, 감정을 예쁘게 만들어야지.
2023.08.25.
오직 나만을 위한 삶을 살게 된 거야. 그래서 더욱 내가 생각하는 숭고한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 내 인생을 바칠 수 있는. 희생이 아니야. 내 인생을 포기하는 게 아닌 거야. 그게 내 인생의 목표인 거야. 세상을 좀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2023.09.06.
나 요즘 하루하루가 기대 돼. 내일은 또 어떤 재미난 일이 일어날까. 어떤 감정을 느낄까. 나에게는 어떤 사람과 헤어져서 슬프고 답답한 그 순간까지 내 인생에 있어 절대 무시하지 못할 귀중한 일부분으로 남는데, 나의 이런 생각을 그대로 느끼고 같이 남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2023.09.16.
기적을 바라고,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도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아주 찬란한 기적 아닐까.
2023.10.14.
그 슬픔에 잠식되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슬퍼하되 앞으로 묵묵히 나아가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게 가장 인간 중 강한 사람 아닐까. 아파하지 않는다면 인간이라 할 수 없지.
슬퍼하되 본인을 동정하면 안 돼. 본인의 슬픔에 지배되는 순간, 그게 잠식되어 버리는 거겠지.
2023.11.13.
감정은 학습되는 거라며. 그러면 꾸준한 복습도 필요한 게 당연한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