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 자신에 있어서는
장점과 단점 모두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렇게 파악된 걸 기반으로 단점은 끊임없이 보완하려 노력하고, 장점은 활용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타인에 대해서는
장점을 보나, 단점을 보나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누구는 장점을 더 크게 보고,
누구는 단점을 더 크게 보는 것 같다.
결국 장단점 중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동시에 명확하게 발견하는 편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특성이 자꾸 내 인간관계를 좁힌다.
장점이 단점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내가 더더더 아끼고, 좋아하게 되지만
단점이 장점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그냥 칼같이 끊어버리는 것 같다.
이렇게 내가 냉정하게 끊어낸 사람만 몇 명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많은데...
이러한 나의 인간관계 방식이 과연 나에게 있어 좋은 방법일지 예전부터 의문이었다.
끊임없이 손절을 하면서 내가 스스로에게 내세우는 합리화는
'현재 나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쏟을 시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 뿐이다.'
한 마디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곁에 두고 싶다는 거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도 분명 그 사람만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지 않나.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설령 범죄자라도, 대다수에게 악하다 받아들여지는 사람이더라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는 사람만 취하려 함으로써
나머지 사람들에게서 무언가 배울 수도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리고 있던 게 아닌가.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아니다...
내가 손절한 사람들에게서 작게나마 장점이라 느꼈던 부분들은
이미 나도 오래전에 부단히 노력해서 얻어낸 특징들이거나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특징들이었다.
따라서 이미 나도 알고 있거나, 갖고 있는 특징들이니 그 사람들에게 더 배울 점을 못 찾겠는 거고,
굳이 내 소중한 시간을 쓰고 싶어지지 않는 거지.
그런데 왜 나는 자꾸 누군가에게서 배울 점을 발견하길 기대하는 거지.
그게 인간관계에 있어 그렇게 중요한가
배울 점은 굳이 타인이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도 찾아낼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 예전 생각으로서는 '신뢰'였고
지금은?
애초에 나는 타인과 왜 관계를 맺고
왜 그 관계를 이어갈까
일단 난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는 편이니
'의지'가 인간관계의 목적은 아니다.
그렇다면
'감정'
오직 사람들끼리만 주고 받을 수 있는 그 감정이 너무도 소중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러 다채로운 감정을 주고 받다보면 내 일상과 인생이 풍부해진다.
혼자였다면, 영원히 알지 못할 감정이겠지.
물론 혼자서도, 책을 읽고, 맛난 것을 먹고, 자연을 보며 얻을 수 있는 잔잔한 감정들이 있지만,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발견하는 감정들은 차원이 다르다.
그러한 감정들이 내 일상을 가득 채워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내가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 인간관계의 목적은,
더이상 신뢰가 아닌 '감정'인 것 같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감정의 교류'
그럼 이제 배울점이 있는 사람을 찾기 보다는,
배울 점이 없다고 칼같이 끊어내기 보다는,
감정의 교류가 가능한 사람들이라면 내 옆에 둬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둬야 하지 않을까.
그치.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감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인간 관계의 수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의 교류가 가능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1. 본인의 감정을 스스로 파악할 줄 안다.
2. 해당 감정을 말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3. 본인 감정에 솔직하다. (감정을 의도적으로 숨기지 않는다.)
앞으로 위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한다면
어떠한 단점이 있더라도 끊어내지 않고
계속 옆에 두는 연습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