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꾸눈 소녀 - 마야 유타카
예민한 시기를 스가루 후보의 대역으로 보낸 사나코는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은 것이리라.
그런 심정은 이와쿠라가 평한 '자유'라는 말만으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미카케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돌아가신 어머니의 뒤를 이어 탐정이 되기 위해 수련해왔어요. 5년 전부터는 경험을 쌓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수많은 마을을 돌아다녔죠. 여러 마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생각을 접했고요. 그런 과정에서 저는 제가 나아가려는 길이 옳다는 걸 더욱 깊이 확신하게 됐어요. 사나코 씨도 바깥세상으로 나가면 찾고 있던 자신의 길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미카케는 마치 연장자 같은 말투로 말했다.
열일곱 소녀가 스물네 살 여자한테 하는 말이니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하지만 미카케의 목소리에는 그러한 나이차를 뛰어넘는 진실미가 담겨 있었다.
발자크와 스탕달
한 사람이, 특히 유명한 사람이 우리에게 '그것은 얼마나 숭고한가'라고 말하면 그가 혼자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사람과 함께 그것을 우리에게 말하는 수많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권위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우리가 공감하는 수많은 감정과 관련되어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까닭에 루소의 문체가 페늘롱의 문체보다 훨씬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엄청난 수의 물고기를 잡는 그물과 같다. 그러나 잡히는 건 대개 모래두지들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100킬로를 혼자서 계속 달린다는 행위 속에 얼마만큼의 일반적인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일상성에서 크게 일탈한 것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으로서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가 항상 그렇듯, 아마도 어떤 종류의 특별한 인식을 당신의 의식에 반영하는 결과를 낳는다고도 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관조에 몇 가지 새로운 요소를 덧붙이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로서 당신 인생의 광경은 그 색깔과 형상을 바꾸어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많건 적건, 좋건 나쁘건, 나의 경우에도 그와 같은 변화된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