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위대한 작품들이 그렇듯이, 심오한 감정들은 항상 의식적으로 나타내려는 것 이상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마음속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움직임이나 혐오감은 행동이나 사고의 습성 속에 그대로 다시 나타나고 마음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결과 속에서 여전히 지속된다.
굵직굵직한 감정들은 찬란하거나 비참한 그들 특유의 세계를 함께 이끌고서 돌아다니는 법이다.
그 감정들은 어떤 고유한 세계에 유별난 열정의 빛을 던지게 되어, 그 세계 속에서는 그 감정 특유의 분위기가 생겨난다.
그것은 질투의 세계일 수도 있고 야망의 세계, 이기주의나 관용의 세계일 수도 있다.
재수사 <작가의말> - 장강명
2020년대 한국 사회의 가장 깊은 문제를 두 단어로 설명하려고 한다면 저는 '공허'와 '불안'을 꼽겠습니다.
저는 그 공허와 불안의 기원이 이 사회의 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이렇게 설계된 사회에서는 누구도 공허와 불안의 함정으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불안에 대해서 원인을 파악하기가 좀 더 쉽습니다. 우리의 불안은 추락에 대한 공포를 개별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데서 옵니다.
한국 사회에서 그 불안이 가시화된 것은 1990년대 말이고,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1997년 외환위기입니다.
이후 개인들은 흩어졌고, 불안은 한국인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 피에르 베르제
이브, 이것이 바로 내가 당신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이제 곧 서로 헤어져야 하는데, 나로서는 그 방법을 모르겠군요.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떠나지 않을테니까요(우리는 서로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죠).
비록 더는 아그달 정원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함께 바라볼 수 없을지라도,
한 폭의 그림, 한 점의 조형물 앞에서 함께 감상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해도 말입니다.
그래요. 그 모든 것을, 나는 압니다.
그러나 나는 또한 알지요.
당신에게 빚진 것들을 내가 결코 잊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언젠가 모로코의 종려나무 밑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리라는 것도 말입니다.
당신을 보내며, 이브, 당신을 향한 찬탄과 깊은 존경과 나의 사랑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