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천재들 - 정혜윤
우리가 좋은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탐욕이나 무지 때문이 아니라 불안 때문이란 겁니다.
제가 가만히 살펴봐도 '나는 좋은 삶을 살기 싫고 돈이나 왕창 벌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 좋은 삶을 살고 싶은데 너무 불안한 겁니다.
당장 의식주가 불안한데 별 도리가 없지요.
이럴 때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이 필요합니다.
돈이 없어도 굶어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이런 불안을 개인적으로 강해지는 걸로 풀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불안 속에서 자신을, 자신의 삶을 도구로 사용하게 됩니다.
불안 속에서 자기착취를 합니다.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모든 구절과 장면 하나하나를 빛에 비추어가며 꼼꼼히 들여다보는데, 이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그건 아마 대자연이 우리 안에 소설가의 성실과 불성실을 구분할 수 있는 빛을 넣어두었기 때문일 거예요.
아니, 어쩌면 잠시 이성을 잃은 대자연이 위대한 예술가들만이 확인해줄 수 있는 벽화로, 비범한 재능의 불빛을 비춰야 보이는 스케치를 우리 마음의 벽에 투명한 잉크로 그려놓았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누군가가 그 마음속 벽화를 밖으로 드러내서 생명력을 부여하면, 다른 누군가는 환희에 사로잡혀 외치지요.
이건 내가 항상 느끼고, 알고, 바라던 바로 그것이잖아!
그렇게 가슴 속에 흥분이 벅차오르면, 대단히 고귀한 물건을 다룰 때처럼 경외심을 품은 채 책을 덮고, 살아가면서 언제든 다시 돌아오리라 다짐하며, 책을 서재에 돌려놓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