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취미 - 이현호
기지개를 켠다.
창밖 길 건너 장례식장은 불이 꺼졌다.
몸이 추처럼 무거운 건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 울음소리가
젖은 신문지처럼 꿈에 들러붙었기 때문
흙갈이를 해줘야지 생각한 지 서너 해가 되었는데
밤새 화분 위로 낯모르는 색이 피었다.
전화를 걸어야지 했는데 주전자 물 끓는 소리에
그만 어제인 듯 잊었다.
"한 발은 무덤에 두고 다른 한 발은 춤추면서 아직 이렇게 걷고 있다네."
검은 나비들이 쏟아져나온다, 미뤄뒀던 책을 펼치자
창을 넘지 못하는 나비들, 그 검은
하품을 할 때, 느른한 음색 속에 등걸잠 같은 생이 다 들었다.
나는 살고 있고, 내가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었다.
삶을 취미로 한 지 오래되었다.
붙박이창 - 이현호
그것은
투명한 눈꺼풀
안과 밖의 온도 차로 흐려진 창가에서 "무심은 마음을 잊었다는 뜻일까 외면한다는 걸까"
낙서를 하며 처음으로 마음의 생업을 관둘 때를 생각할 무렵 젖는다는 건 물든다는 뜻이고
물든다는 건 하나로 섞인다는 말이었다, 서리꽃처럼 녹아떨어질 그 말은.
널 종교로 삼고 싶어, 네 눈빛이 교리가 되고 입맞춤이 세례가 될 순 없을까
차라리 나는 애인이 나의 유일한 맹신이기를 바랐다.
잠든 애인을 바라보는 묵도 속에는 가져본 적 없는 당신이란 말과
곰팡이 핀 천장의 야광별에 대한 미안함이 다 들어 있었다.
그럴 때 운명이란 점심에 애인이 끓인 콩나물국을 같이 먹고,
남은 한 국자에 밥을 말아 한밤에 홀로 먹는 일이었다.
거인의 눈동자가 이쪽을 들여다보는 듯
창밖은 깜깜, 보풀 인 옷깃 여미며 서둘러 떠나갔을 애인의 거리는 막막하고 사물들은 저마다의 풍속으로 어둠에 잠기는데
어디서 온 것일까
환기한 적 없는 집안의 먼지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