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 없다'라는 말이 참 기분 나쁘게 들렸다.
내 자존심을 건드렸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스스로가 매운 강한 줏대를 갖고 있다 생각했었으니까.
누구보다 신념이 확고하고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니까. 근데 이거는 내가 좀 착각한 부분도 있다. 내가 생각한 신념과 사람들이 말하는 '줏대'는 좀 다르다.
어쨌든 '줏대없다'라는 소리에 기분 나빠하던 것도 잠시, 왜 나는 이 말에 기분이 나쁘지? 기분이 나쁜 이유가 뭐지? 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줏대가 없는 게 과연 나쁜 걸까.
우리가 마주하는 사람들과 상황은 전부 다른 조건, 다른 전제가 깔린, 아무리 비슷해보여도 미묘한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전부 다른 상황들이다. 모든 세부 요건들이 100퍼센트 일치하는 상황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상황들에서 전부 동일하게 행동하는 걸 줏대라 부른다면 그런 줏대를 가졌다는 게 과연 좋은 거야?
자기가 가진 본래 생각만이 정답이고,
그냥 자기 생각에만 매달려 있을 뿐
상황에 맞춰, 사람에 맞춰, 열린 생각은 하지 못하는, 자기 안에 갇힌 사람인 거 아닌가?
그런 걸 줏대라 부르고, 그런 닫힌 생각과 한 가지 생각에 갇힌 고집을 올바른 줏대라고 찬양한다면
나는 오히려 줏대 없는 사람이 되길 택하겠다.
'줏대없다'라고 말했던 그 사람은
다양한 상황에서 내 선택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겉에서만 바라보고
넌 모든 상황에서 선택이 달라지니 '줏대가 없는 거야'라고 자기 혼자 판단한 건데
나는 계속 새롭게 발생하는 상황에 맞춰 아예 새로운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선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줏대가 있기에' 저런 말을 했을 거기에 내 곁에 둘 필요도 없을 것 같긴 하다 -> 그러니까 굳이 내가 화날 필요도 없는 거지.
난 내가 항상 자유롭게 유연히 상황에 맞춰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길 바란다. 그리고 똑같이 그런 '새로운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