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의 기억이 자꾸 과거를 미화시킨다
최근에 서서히 까먹어가다 다시 깨달은 게 난 원래 엄청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매일매일을 울었다. 급식판을 앞에 두고서도 음식은 먹지 않으며 음식 위로 눈물만 쏟았다.
그렇게 쏟은 수많은 눈물이 있었기에 ‘독기’란 감정?과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배웠고, 그걸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고 훈련하다보니, 감정적인 본성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이성적인 생각과 결정만을 지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눈물이 많고 모든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한다. 감정을 깊게 느끼지만 그 감정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뿐이다. 이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내가 원할 때는 감정에게 주도권을 의도적으로 내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정적인 선택을 할까 이성적인 선택을 할까 도 결국엔 내가 결정하는 거지.
2. 자유가 두렵다?
인간이 자유를 두려워할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통제받고,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해야하는 상황을 싫어하지 않나? 누구나 자유를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나? 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분이 ‘선택의 책임을 지기 싫으니까 누군가가 대신 선택해주길 바라는 거죠’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뭔가 이에 대한 대화가 계속 이어져도 하나의 결론으로 도달하지 못하고 토론이 계속 어긋난 느낌이었는데
각자가 생각하는 자유 자체가 달랐던 게 이유였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유는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상태’
그리고 자유가 두렵다라는 얘기가 나왔던 건, 모든 걸 본인이 직접 선택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내가 결과에 대해 져야하는 책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질 수 있어서 그 선택을 하는 상황 자체가 두려워진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택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자유를 포기한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그 사람의 ’선택‘이라고 본다. 선택지들 중에 고르고 싶은 선택지가 없었고,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을 가장 원했다면 결국 그 사람은 가장 원하는 걸 따른거고, 자유를 갖기를 택한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고, 다른 누가 나대신 선택해주길 바란다면, 그리고 그걸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고 자유이다. 새로운 선택지인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걸 ‘길을 걷는 행위’로 비유해봤을 때
우리는 길을 걷다 굉장히 많은 갈림길을 마주할 테고 그 갈림길에 서서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목적에 도달하려면?
근데 사실 그 갈림길에 놓여진 여러 선택지들 끝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원하는 특정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길을 선택할까봐 두려울 수는 있다. 그래서 아예 어떠한 길도 선택하지 않고 그냥 그 갈림길 자리에 머무르기를 택한다면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자유적인 선택 아닌가? 왜 굳이 한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가? 그리고 그 갈림길에 머물다가 우연히 마주친 다른 여행객이 ’난 이 길을 걸어보려고. 너도 같이 걸어볼래?’라는 제안을 해줘서 그이와 같이 걷기를 택한다면, 그이가 택한 길을 따라 걷기를 택한다면 어쨌든 그것도 본인의 선택이기에 그 사람은 자유를 소유한 것 아닌가?
길을 굳이 혼자 걸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으니까.
또 반드시 목적을 추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도 없으니까.
한 장소에 계속 머무르는 삶도 본인이 선택한 삶이다.
인간은 결국 저울질을 하며 자기가 가장 끌리는 선택을 할수밖에 없다. 본인은 강제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본인이 가진 선택지들 중 그 선택이 가장 낫다 느껴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선택지를 쭉 나열해볼 때, 그래 옷을 사기 위해 후보들을 쭉 나열해볼 때 디자인부터 색깔, 그리고 사소한 디테일까지 내 마음에 쏙 드는 후보가 있을 확률은 희박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선택지 중에 가장 낫다 느껴지는 걸 선택할 뿐이다. 그리고 선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낫다 느껴져서 그 선택을 했을 뿐인 거고, 자유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결국 인간은 자유를 좋아하고 원한다. 본인이 가장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 자유가 두려운 게 아니라 ‘예측 불가능’이 두려운 것이다.
결국 이게 핵심인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은 전부 본인만의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게 본인의 선택이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모든 인간은 자유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소유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또 이런 질문도 날아올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 자유라는 개념은 상황을 초월한 개념이 아니다. 처한 상황과 환경과 시기에 따라 분명 자유의 폭은 달라질 것이다.
그니까 누군가가 날 강제로 납치해서 속박해. 그럼 나는 자유를 뺏긴 상태가 되는 게 아니라 그 상황만큼 폭이 좁아진 자유를 갖게 된다. 그 상황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선택지의 개수만큼 내 자유의 크기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