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학기 M 수업에서 학생들이 본인들 과제풀이를 모아 엑셀시트를 만들었고
2. 한 달 전쯤에 한 친구가 나에게도 그 엑셀시트를 공유해주고 싶어했었는데
3. 나는 뭔가 항상 정석대로 혼자 과제하고 정석대로 혼자 힘으로 시험을 치르려는 나만의 고집같은 게 있어서 그냥 고마워~~하고 까먹고 있었고
4. 오늘 학교 로비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지나가다 나를 발견해서 잠깐 수다를 떨었고
5. M 수업 점수가 저번 주에 나왔어서 그 수업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6. 내가 그 수업 첫번째 두번째 과제를 80퍼센트정도로만 끝내고 제출했다고 얘기하니까, 그 친구가 그 엑셀시트 얘기를 꺼내면서 “너 이거 내가 주지 않았었어? 내가 너 룸메 A한테 주면서 너한테도 주라고 했는데?” 묻길래 내가 “아니 못 받았는데..? 내 룸메 그거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는데..?” 라고 답했고
7. 서로 뭔 상황인지 단번에 이해해버렸으니까.. 그 친구는 순간 얼굴 빨개지며 엄청 당황해했고, “아 그랬구나.. 내가 분명 너한테 주라고 했는데.. 미안해 내 실수야..” 이러면서 횡설수설했고 나는 생각이 순간 많아졌지만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화하다 그 친구는 형을 만나러 갔다
8. 생각이 많아진 이유는,
음.. 뭐랄까..
처음부터 최근까지 계속 느껴왔던
룸메의 내면을..
계속 느꼈지만
내가 예민한 거겠지, 착각이겠지 하고 넘겼었는데
그게 결국 확신에 가까워져서?
나와 계속 경쟁을 하려 하고
나를 간접적으로 교묘하게 방해하려한다는 건 느끼고 있었는데
그게 확신에 가까워지니 좀 많이 슬펐던 것 같다
난 그게 계속 느껴졌어도 룸메를 계속 좋아했었으니까
9. 어쨌든 이 상태로 기숙사에 돌아왔는데
오늘 까먹고 키를 안 챙겨나왔어서
다른 룸메 B에게 ”혹시 지금 기숙사에 있어?“하고 디엠을 보냈는데
“응 나 지금 발코니에서 담배피고 있어”
해서 위 올려다보니 진짜 발코니에서 담배피고 있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나 문좀 열어줄 수 있어 ㅠㅠ???” 하고 소리쳤더니 룸메가
“내가 키 던질게 받아“
하고 3층 발코니에서 1층으로 키를 던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흰색 카드키가 팽글팽글 바람타고 떨어지는 게 웃겼다
어쨌든 룸메가 던져준 카드 주워서 기숙사 문열고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근데 난 또 우리룸 열쇠도 안챙겨나온 바보!!였기에 3층 발코니로 가서 룸메 담배 다 필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필 그때 머릿속이 방금 전 일어났던 이 사건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래서 룸메 B에게도 털어놓게 됐는데
룸메 B는 ”이게 인생이지.. 많은 인간이 그래 너에게 질투를 느껴서 그렇게 한 거야 그럴 땐 하 내가 이정도로 잘 났나???!? 하며 자랑스러워해야해!!!!! 그런 사람에게 상처받지마” 이렇게 얘기를 해줬고
난 그냥 “그렇지.. 다들 이러지” 하고 대충 대화 마무리 짓고
룸메 B 담배 다 폈길래 같이 기숙사로 돌아와서 대충 대화 마무리 짓고 난 저녁 먹으려 했는데
룸메 B가 “우는 거 아니지..?” 말 한 마디에 갑자기 확 울어버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참고 있었나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룸메 A를 너무 좋아했나봐 그래서 눈물이 나나봐”하면서 엉엉 우는데 ㅋㅋㅌㅋㅋㅌㅌㅌㅋㅋㅋㅋ 하 이런 일 한두번 겪은 것도 아닌데 여전히 17살의 나처럼 비슷한 일로 비슷한 마음으로 비슷한 슬픔으로 똑같이 앞사람한테 안겨서 엉엉 비슷하게 울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어린 애 같고 어처구니 없어서 ㅋㅌㅌㅌㅌㅋㅋㅋㅋㅋㅋ 울면서도 웃겨서 계속 웃었다..
그냥 그 눈물을 설명해줄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룸메 A가 그런 성격을 가졌다는 것도 이미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고
룸메 A의 심리도 이해가 되고
그냥 룸메 A도 인간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냥 룸메 A를 내가 너무 좋아했어서
그런데 이제 더이상 룸메 A를 믿을 수 없게 됐으니까
아니지 원래도 믿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에이 아닐 거야”라는 가능성조차 품지 못하게 됐으니까 그게 슬픈 것이다.
근데 룸메 B가 참 따스히 나를 안아주며 계속 몇십분 동안 위로해줬다.. 정말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한 명을 잃고 한 명을 얻은 기분이랄까 한 사건으로 두 명에게 확신이 생겼는데 정반대로 확신이 생겼다
10.
룸메 B는
룸메 A를 테스트해보라 했다
“어 근데 너 그 땡땡이한테 그 파일 받았어?? 너한테 줬다던데??“
이런 식으로?
원래 내 방식은
“오늘 땡땡이랑 우연히 마주쳤는데 땡땡이가 너한테 그 파일 주면서 나한테도 공유해달라 했다던데??”
하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방식인데
룸메 B가 그렇게 물어보면 안된다고 그렇게 물어보면 상대가 무조건 거짓말 할 거라는 것이다
듣고보니 맞는 말이었다
11.
근데 뭐랄까.. 저렇게 테스트를 해서 상대의 진심을 확인한다 해도...
난 상대의 진심을 확인하는 것보단
앞으로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은 거인데..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상황이 좋아질지 고민이 많아졌다
그냥 조용히 넘기는 것은 아무것도 바꾸질 못할테고
반드시 물어보기는 해야하고.. 왜냐하면 진짜로 까먹고 공유 못한 거일수도 있으니까
뭔가 상대가 직접적으로 질투심을 표현하며 내 앞에서 공격하는 상황은
어떻게 대처해야 상대가 당황을 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완전 내 편으로 넘어오게 되는지 대충 알겠는데
이렇게 앞에서는 엄청 잘해주면서 뒤에 은근슬쩍 티 안나게 공격..?하는 사람은 처음이다보니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힌달까..
룸메 B는 포기하란다..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자기는 상대를 더이상 못 믿는다고..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이 기숙사에서 계속 편하게 불편함없이 날 건드리는 사람없이 잘 살기
그동안의 내 방법은 꼭 계속 대면해야하는 상대가 날 좋아하게 만들기
근데 이렇게 나를 이미 질투하고 뒤에서 티 안나게 공격하면서도 앞에서는 최선를 다해 잘해주는 사람은 내가 싫은 걸까 좋은 걸까 싫은 거에 가깝겠지..?
이런 사람이 내가 앞으로 이 사람한테 뭘 더 한다 해서 질투를 안할까..? 질투는 내가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서 온 게 아닐텐데.. 내 성적 관계 사람 인생 등에서 온거겠지
음 지금까지 경험을 떠올려보면
날 질투하눈 상대가 내 앞에서 날 공격하는 말을 했을 때
상대가 직접 자신이 한 말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들면 상대는 날 좋아하게 됐다
혹은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따돌림을 당하게 됐을 때 내가 그 사람이 나에게 했던 행동과는 반대로 그 사람을 품고 위로해주니 그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며 날 좋아하게 됐고
오 다들 공통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게 되고, 내가 상대를 품었을 때, 나를 좋아하게 됐다
그럼 룸메 A도 만약 진짜 고의가 맞았다면
나쁜 마음을 품은 게 맞았다면
그랬던 자신을 뉘우치게 만들고, 난 그런 룸메 A라는 사람을 품듯이 행동하면 된다.
어떻게..?
하
모르겠다..
그냥 좋아하게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룸메 사이로 적당히 선 긋고 지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지금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룸메니까 웬만한 건 말하지 않고 맞춰주며 조용히 넘어갔는데
한번 선 긋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강하게 표현하게 되겠지...
그냥 룸메 B가 가르쳐준 대로 질문을 던졌을 때
룸메 A의 반응에 따라 앞으로의 관계가 달라질 것 같다
1) 만약 거짓말을한다면
진실을 말할 때까지 똑바로 쳐다보며 무표정으로 되물을 거고
2) 끝까지 거짓말한다면
알겠어
하고 그때부터 선긋고 지낼 거고
아 좀 생각정리가 될까 싶어서 글 쓴 건데 정리가 안되네
일단 확실히 메모해둘 건
아까
그 친구랑 우연히 마주쳐서 대화하고 생각 많아졌을 때 티 안 내고 더 말 안 얹고 조용히 그냥 헤어졌던 건 진짜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미 상대도 어떤 상황인지 알고 대 입장 아는데 굳이 불필요한 잡음섞인 내 감정들을 보여주는 말을 얹을 필요는 없으니까
이따가 룸메 A랑 어떤 대화를 해야할지는 그냥 느낌으로 해봐야겠다
12.
솔직히 난 아직도 저 질투심이란 감정을 잘 모르겠다
왜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은 돌멩이를
타인에게 던질까..?
아니 그냥 이해가 안된다기보다는
사람들의 내면은 내가 그동안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안 예쁜 생각들로 가득차 있을수도 있겠다라는 걸
오늘 처음으로 딱 느낀 것 같다.
13.
이 정신없는 일기를 다시 읽어보니
느껴지는 건
그냥 내가 너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정을 주고 마음을 쓰고 다녔구나
너무 기준없이 모든 사람을 좋아했구나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눈은 분명 항상 있었는데..
그 느껴지는 감각을 모두 무시할 만큼
모두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항상 이렇게 17살 때부터
똑같은 일로 똑같이 우는 구나..
그냥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모두를 기준없이 좋아해도 되는데
최선을 다해 상대를 좋아해보고
그래봤는데도
돌아오는 게 실망감과 속상함 뿐이라면
더이상 내가 마음을 쓸 필요는 없겠구나
하고 돌아서는 일이다
나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들에게만 마음을 쓰고 시간을 쓰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뭐 상대를 바뀌게 하고 상대가 날 좋아하게 만들고 그렇게 할 수야 있다지만.. 굳이..? 인간이 바뀌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인간은 서서히 바뀐다. 그걸 인내하면서까지 내게 필요하고 소중한 인연인가? 라고 생각해보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