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만일 내가 뭇 나무들 중 한 그루의 나무라면, 뭇 짐승들 중 한 마리의 고양이라면, 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차라리 이런 문제 자체가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 세계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 모든 의식과 친숙함에의 요구를 통해서 내가 맞서고 있는 이 세계 자체가 되어버릴 것이니까 말이다. 이토록 보잘 것 없는 이성, 바로 이것이 나를 모든 창조물에 대립시켜놓는 것이다. 나는 그 이성을 펜으로 확 지워버리듯이 부정해버릴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나는 마땅히 견지해야 한다. 나에게 그처럼 분명하게 나타나 보이는 것이라면 그것이 비록 적대되는 것일지라도 지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