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또 하나의 관계를 끝내보며.. 깨달은 것들
1. 상대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혹은 깊어지길 바란다면, 무조건적으로 배려하고 맞춰주는 거?? 정말 좋지 않다. 나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솔직하면서도 예쁘게 말하고 부탁할 수 있는 대화 기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정말 사소한 거라도... 내가 싫은데 억지로 맞춰주면 안된다. 그게 관계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맞춰주는 게 싫지 않다면 가능한 선까지 전부 배려해줄 수 있지. 하지만 진짜 싫은 건 싫다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포인트는 "나 그거 싫어" 라고 부정적인 톤으로 이야기하기 보다는..
"나는 땡땡이가 이렇게 해주면 더 기쁠 것 같은데, 혹시 이렇게 해줄 수 있어!?!?" "이번에는 땡땡이가 이렇게 해줄래!??? 그럼 나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말하기
그리고 나는 알아서 센스있게 하는 배려가 서로 쌓이고 쌓이는 게 이상적인 관계라 생각했었는데.. 음 친구 관계에서는 이것도 맞을 것 같긴 하거든? 근데 좀 더 깊은 연인 관계에서는 부탁이 쌓이는 게 좀 더 이상적일 것 같다. 그 부탁이란 게 "나 그거 싫으니까 하지마" "이렇게 해.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이런 게 아니고.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지) "너가 그걸 해주면 난 너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좀만 배려해줄 수 있을까?? 이렇게 해줄 수 있어?!?"가 서로 쌓이는 관계.
2. 상대방의 생각을 나혼자 추론하지 말기 & 상대방도 내 생각을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라는 전제에서 대화 출발하기
나는 예전부터 상대방의 어떤 말투나 표정, 행동을 보고 이런이런 생각을 했기에 저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라고 나 혼자 추론하고 판단해버리는 습관이 있었다. 관계에 있어 굉장히 독이 되는 습관이었던 것 같다. 그 예측들이 대부분 맞다 해도 나 혼자 판단하고 살짝 기분 상해있기 보다는 말로 풀어내봤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오늘부터 나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는 이 습관을 버리기로 했다.
만약 상대방의 특정 행동으로 인해 "얘가 지금 설마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면 그걸 나 혼자 안고 있기보다는 직접 상대방에게 물어서 확인해보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의 생각을 100퍼센트 알 수 없듯이 상대방도 내 생각을 100퍼센트 알 수 없다.
"나는 너의 행동에서 이런이런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너의 생각이 궁금해."
이런 식으로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고 상대방의 생각을 들으려는 대화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주기적으로 자주?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오늘 이 대화법을 엄마에게도 사용해봤는데 결과는 당연히도 좋았고 ㅎㅎㅎ 엄마가 엄청 고마워해줬다♡
3. 회피형으로 시작해서 안정형이 되어가는 중
내 시작은 회피형이었다. 회피형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혼자였으니까..? 물론 내가 날 혼자 가둬놨던 거긴 하지만.. 그러다 성인이 되고 좋은 사람들을 잔뜩 만나, 아니지 좋은 사람은 항상 많았지. 그냥 사랑을 배우기 시작하며 안정형을 후천적으로 학습했다. 그래도 뿌리는 회피형이니 어설픈 안정형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의 이별로.. 나는 '완벽한 안정형 관계'가 무엇인지 배운 것 같다. 사실 이 친구로부터 배운 건 아니고, 이 친구 덕에 전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이 봉인이.. 해제가 됐는데.... 그 전 사람들이...... 지금 보니까.. 참.. 이게 이제야 보이는데.. 진짜 대화다운 대화를 할 줄 아는,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런 대화를 할 줄 알았었지?라는 생각이 드는 성숙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주 그냥 나만 아가였지.. 나만 관계에서 서툴렀지.. 나만 회피형이었지 ㅜ
4. 내가 속상함을 느꼈던 부분을 솔직히 말하고, 나의 기분을 상대방이 풀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냥 딱 끝내버리는 게 아니라..
그런데 여기서 기회를 서술형으로 주면 안돼. 이번에는 서술형으로 줬었다. 너가 알아서 해봐. 근데 이게 내가 상대방이었으면 이렇게이렇게 해결했을 거야 라는 아이디어가 나에게는 있는데 상대방한테는 또 생각해내기 어려운 것 같다..? 그니까 그 기회를 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방법까지 자세히 알려줘야하는 거지
예를 들어 상대가 당일에 약속을 취소했어. 급한 일이 있대. 근데 그게 좀 특별한 날이야 크리스마스야. 서운한 거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급한 일이라니까 이해도 해줘야하잖아.
원래 내 성격대로라면 서운함을 티내지 않고
"완전 이해해!!! 편하게 다녀와!!!" 했겠지만,
그 땡땡이라면
"음.. 서운하네..." 하며
그냥 대놓고 서운함만 토로했겠지만...
"급한 일이라니 어쩔 수 없지!! 맘 편히 조심히 잘 다녀와!!
하지만.. 나도 살짝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
미안하면 급한 일 끝났을 때 빼빼로라도 하나.. 사들고.. 나 보러 와.. 나 딸기맛 빼빼로먹고 싶어.."
이런식으로 내 서운함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거?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사람도 있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무슨 코딩하듯이 하나하나 입력해줘야하는... 내 모든 행동 배려를 유심히 보고 다 따라하고 있던.. 내가 이상값을 입력해버리면 그냥 동작이 멈춰버리는..
그리고 이런 류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아니 내 주변에만 많이 출현하는 건가?
5. 사람을 볼 때 "대화"가 가장 중요한 1순위 기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뭔가 이제는
내가 어떤 외모를 좋아하고
어떤 성격과 상호보완적으로 잘 맞아서 끌리는지 완벽히 파악했는데
(1. 고집 세지 않고 2. 실행력이 적당히 있고 3. 세심한 눈치가 있고 4. 현실적이고 5. 시간감각, 공간감각이 있고 (길 잘 찾고) 6. 에너지의 총량이 나보다 많은)
이 특징들은 단순히 '이성적 끌림'을 유발하는 요소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저 '이성적 끌림'에 반응을 하지 않게 됐다. 딱히 저걸 사랑이라 보지도 않고.. 난 사랑이 하고 싶은 거니까.. 그리고 최근 이 친구도 외모, 성격 모두 저 위 기준들에 100% 부합했었으니까..
그럼 왜 대화가 1순위가 됐는지.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시간'이다. 나에게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니까... 가장 부족한 게 시간이라.. 그리고 또 1분 1초가 나에게는 너무도 소중해서, 나는 인생을 의미있는 시간들로만 꽉꽉 채워 살고 싶어서, 시간이 나에게는 1순위가 될수밖에 없다.
그래서 깊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같이 있는 시간이 아깝지 않게 느껴져야하고
그러려면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움과 의미로 가득차야 하고
그러러면 같이 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대화'가 즐겁고 의미있어야 하는데
내가 즐겁고 의미있다 여기는 대화가 나와 비슷한 정도의 철학적 사유가 가능한 사람들과 나누는 철학적 토론 및 대화다.
그래서..
나는 결혼도
1) 철학적인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이 한 가지면 될 것 같다.
일단 지금으로써는? 또 바뀔 지도 모르지
6. 보통은 자기 감정을 자기가 잘 모르는 것 같다.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고
왜 살아가는지도 잘 모르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도 잘 모르고
그냥 보통 다 모른다.
자기 감정을 스스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글로 표현해보는 게 직빵이긴 한데..
데이트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글을 써보라 할 순 없잖아?
그러니까 대안책으로 상대방이 본인의 감정을 직접 말로 뱉어보게끔 해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묻는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이때 내가 이렇게 해서 무엇을 느꼈어?"
"어떤 생각이 들었어?"
"나랑 있으면 어떤데?"
"나랑 만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는데?"
"내가 이렇게하면 어떨 것 같은데?"
긍정적인 감정이라면 그게 명확해지면서 더 커질테고
부정적인 감정이라면 그대로 끝내면 되겠지
근데.. 또 이미 자기 감정을 스스로 캐치하지 못한다는 건.. 철학적인 대화도 잘 안 통할 수밖에 없는 상대이긴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