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학생들도 데미안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카인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다른 학생들의 흥미도 끄는 듯했다. 적어도 '새로 온 애'에 대한 소문들이 돌았다. 내가 다 알기만 했더라면, 어느 소문이든 데미안의 면모를 조금이나마 밝혀 주었으리라. 어느 소문이든 해석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내가 안 것은 처음에 데미안의 어머니가 매우 부자라고 소문났다는 것뿐이다. 그녀는 교회에 가지 않고 아들도 마찬가지라는 말들도 했다. 어떤 사람은 데미안 모자가 유대인인 걸 안다고 주장했지만, 어쩌면 그들은 은밀한 회교도일 수도 있었다. 막스 데미안의 신체적 힘에 대해서도 더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그에게 싸움을 걸고는 그가 거절하자 비겁자라고 욕하는 그 반의 가장 힘센 학생에게 그가 무섭게 굴욕을 주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곳에 있었던 아이들 말에 의하면 데미안이 그냥 한 손으로 덜미를 잡아 꽉 눌렀을 뿐인데 그 애가 창백해졌고 나중에는 슬금슬금 달아났는데 여러 날 팔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느 저녁에는 심지어 그가 죽었다는 말까지 돌았다. 별별 이야기가 한동안 주장되고 믿어졌다. 모두 자극적이고 놀라운 소문들이었다. 그다음 한동안은 잠잠했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소문들이 우리 학생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데미안이 여자애와 사귀고 있으며 이미 "알 건 다 안다."라는 소문이었다.
그사이 프란츠 크로머와의 일은 불가피한 길을 계속 갔다. 나는 그로부터 헤어나지 못했다. 그 애가 드문드문 며칠간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해도 나는 그에게 얽매여 있었기 때문이다. 내 꿈속에서 그 애는 내 그림자처럼 함께 살았다. 나의 환상은 그가 현실에서 나에게 저지르지 않는 것조차 꿈속에서 자행하게 했다. 꿈속에서 나는 전적으로 그의 노예였다. 나는 이 꿈들 속에서 현실에서보다 더 많이 살았다. 나는 본래 꿈을 많이 꾸는 편이었던 것이다. 이 그림자 때문에 나는 힘과 활기를 잃었다. 다른 꿈도 꾸었지만 크로머가 나를 학대하는 꿈, 나에게 침을 뱉고 나에게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는 꿈을 자주 꾸었다. 그리고 더 고약한 것은, 심한 범죄를 저지르도록 나를 유혹하는 꿈이었다. (유혹했다기보다는 그의 막강한 영향력을 그냥 마구잡이로 행사했다.) 이 꿈들 중 가장 무서운 꿈. 내가 반은 미쳐서 깨어나는 꿈은 아버지를 습격해 살해하는 꿈이었다. 크로머가 칼을 갈아 내 손에 쥐여 주고, 우리는 어느 가로수 길의 나무들 뒤에 서서 누군가를 노리고 있었다. 누구를 노리는지 나는 몰랐다. 그러나 누군가가 오고 크로머가 내 팔을 누르면서 내가 찔러 죽여야 하는 것이 저자라고 말했는데 바로 아버지였다. 그러다 잠이 깨었다.
이런 일들 때문에 나는 카인과 아벨에 대해 그때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데미안 생각은 별로 더 하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다시 가까이 온 것은 이상하게도 또 어느 꿈속에서였다. 나는 또다시 학대와 폭력을 견뎌 내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내 몸을 타고 앉은 사람이 이번에는 크로머 대신 데미안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새로웠고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내가 크로머 때문에 고통과 저항 가운데서 겪은 모든 것, 그것을 나는 데미안 때문에는 기꺼이 그리고 기쁨과 무서움을 똑같이 느끼며 겪었다. 이꿈을 나는 두 차례 꾸었고 그 다음에는 데미안의 자리에 다시 크로머가 돌아왔다.
이 꿈들에서 내가 체험한 것 그리고 현실에서 체험한 것을 나는 오래전부터 더 이상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어쨌든 크로머와 나의 나쁜 관계는 나름대로 진행되었고, 내가 작은 도둑질들을 해서 그 애에게 빚진 돈을 마침내 다 갚았을 때에도 끝나지 않았다. 끝날 리 없었다. 그 애는 내가 저지른 도둑질들에 대해 알았다. 늘 어디서 돈이 나오느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단단히 그 애의 손아귀에 들어 있었다. 그 애는 아버지에게 다 말하겠다고 빈번히 위협했다. 그리고 그럴 때 나의 두려움은 내가 그 일을 처음부터 스스로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깊은 후회 못지않게 컸다. 반면 아무리 비참했어도 나는 다 뉘우치지는 않았다. 적어도 늘 다 뉘우치지는 않았고, 이따금씩은 모든 것이 이럴 수밖에 없다는 느낌도 들었다. 내 위에 어떤 숙명이 드리워 있고 그것을 깨뜨리려는 시도는 소용없는 일 같았다.
부모님도 이런 상황으로 적지 않게 괴로웠을 것이다. 내가 이상한 귀신이 들려 그토록 친밀했던 우리 공동체와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았떤 것이다. 그 공동체를 향해 마치 잃어버린 낙원을 향한 것 같은 격렬한 향수가 자주 엄습했다. 특히 어머니는 나를 악동이라기보다는 환자처럼 취급했다. 그러나 상황이 진짜 어땠는지는 두 누이의 태도에서 가장 잘 알 수 있었다. 매우 아끼면서도 나를 끝없이 비참하게 만든 그들의 태도에 내가 일종의 신들린 사람이라는 것, 자신의 상태 때문에 비난당하기보다는 탄식을 받아야 할 사람이지만 그 속에 바로 악이 둥지를 틀고 앉은 사람이라는 것이 똑똑하게 드러났던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위해 여느 때와는 다르게 기도하는 것을 느꼈고, 이런 기도가 부질없음도 느꼈다. 안도에의 동경, 제대로 된 고해에의 욕구를 나는 자주 타는 듯 느꼈다. 그러면서 또한 내가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모든 것을 바로 말하고 설명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먼저 느꼈다. 나는 알았다. 사람들이 이 일을 다정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몹시 아껴 주며 실로 유감스러워하겠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그 모든 것이 운명이었는데, 사람들은 일종의 궤도 이탈로나 보리라는 것을.
아직 열한 살도 안 된 아이가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할 사람들도 더러 있을 줄 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내 일을 이야기하지 않겠다. 인간을 보다 잘 아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겠다. 자신의 감정들의 한 부분을 생각 속에서 수정하는 법을 익힌 어른은 어린아이에게 나타나는 이런 생각을 잘못 측정하고, 이런 체험들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당시처럼 깊게 체험하고 괴로워했던 때도 드물다.